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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주기

첫 중간고사 후기

마비에 2024. 4. 28. 23:54

https://www.youtube.com/watch?v=RtDjxiPbA1k&list=RDRtDjxiPbA1k&start_radio=1

 
-少女(소녀) - Inner Journey-
 
不確かなことを信じて進めよ
滲んだ景色はそのまま瞬き
悲しみ抱きしめ進めよ少女よ
染まらず生きろよそのまま生きろよ
불확실한 것들을 믿고 나아가라
번져버린 경치는 그대로 깜빡임이 되어
슬픔을 안고 나아가라 소녀여
물들지말고 살아가라 그대로 살아가라
 
그대로 살아가지 못할 것 같은 마음에 듣는 노래

 
 
 
어찌저찌 살다가 보니 로스쿨에 입학한지 벌써 두달이 되었고,
3년 동안 12번의 내신 시험 중 하나의 시험을 이제야 다 끝냈다.
어찌저찌란 말은 그냥 할 말이 없어서 적은 수사라기 보다는 내 상태를 정확히 설명하는 표현이다.
생각해보면 입학하기 위해 필요한 LEET나 토익이나 자소서, 면접도 뭐 하나 끈질기게 한 일이 없고 어찌저찌  그 순간 순간만을 넘겼다. 아무리 봐도 운이 좋다라는 말 말고는 설명되지 않을 정도로 어찌저찌 입학했다.
남들이 다 한다는 입학전의 민법 선행학습도 제대로 한 것 같지는 않다. 나중에 하게 되겠지라는 핑계로 인강이 끝나면 복습 후에 꼭 풀라고 했던 데일리 테스트도 첫 며칠말고는 읽어본 일도 없다.
 
그리고 그 후폭풍은 컸다.
언젠가 고등학교 친구 H와 이야기하면서 고등학교 친구들 중에 고시 같은 큰 시험을 동차에 붙을 수 있는 것은 성실함과 재능을 겸비한 D와 J 정도밖에 없지 않을까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나는 재능은 아직 확인할 짬도 안되고 성실함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매일 매일 체감하고 있다. 다른 동기들은 어떻게 수업을 4개나 듣고 바로 열람실로 달려가서 하루가 다 갈 때까지 공부할 수 있는걸까. 바로 집에 달려가서 일단 누워서 TV를 틀기에 바쁜 나한테는 솔직히 싸이코패스처럼 보인다. 싸이코패스가 일은 잘한다.

이런 식으로 독서대도 사고 온갖 책을 펴 놓고 요란하게 하는 척을 하기는 한다..

 
3월에 입학할 당시에는 정신이 없다는 이유로 공부를 대충했다.
그 대신 집중한 것은 지방으로 내려온 탓에 급격하게 쾌적해진 자취생활을 즐기는 것이었다. 그냥 넓은 책상에 책을 펴고 앉아있다는 것만으로 공부를 하고 있는 듯한 안심이 되었고, 장비가 갖춰져야지 열심히 한다는 핑계로 2단 독서대나, 좋다는 펜을 사가며 공부를 하기 위한 준비에 집중했다..
 
4월이 되어 중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는 공부를 해야한다는 것은 알았고, 학교의 분위기 역시 공부를 안할 수가 없다는 식으로 형성되어가고 있었는데, 어차피 우리 학교에서 빅펌에 가기란 힘들 것이고, 내신의 효용이라고 함은 검사나 클럭이 되는 일일텐데 그게 이미 방학기간과 3월을 날린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식으로 생각이 전개되기 시작했다.
여기서 좋은 성적을 받는다면, 노무사 같은 자격사가 있거나 학부 4년 동안 법학을 공부한 법학사들에게도 양심이 없는 일이고 가능한 일일 거 같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변호사시험 자체를 준비하는 것이 어떨까하는 도피에 가깝지만 그렇다고 영 근거가 없지도 않는 생각.
 
물론 고등학교 때 내신을 버리고 그 대신 시험기간에 친구들이랑 놀고는 나중에 수시로 대학교에 진학하던 애들에 분개하던 시절에서 조금도 더 나아가지 못한 발상이지만, 내신과 변호사시험 합격률과의 상관관계를 역설하는 교수님들의 말을 수능과 내신의 상관관계를 역설하던 고등학교 선생님들의 말과 등치하고 싶은 욕망은 시험기간이 가까워질수록 깊어졌다.
 
그런데도 무서운 것은 대입이나 로입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어찌저찌한다해도 나름 잘 할지도 모른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 때문이다. 평생을 이런 식으로 살아왔으니 당연한 일이다.
 
아래는 하루종일 공부에 미쳐있는 거 같은 싸이코패스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나처럼 한량기질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나의 정신분열의 현장이다. 왠지 잘할 거 같으면서도 이번만큼은 다를 거 같다는 불안에 공부는 못하고, 하소연하는 재미에 빠져버렸다.

 
정말로 이번만큼은 달라서 큰 일이 날 것만 같다는 예감이 들었지만, 시험이 일주일 남았을 무렵까지 나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그제서야 시작한 시험범위에 들어간 과목의 정리과정에서 위의 예감이 생각보다 크게 틀렸음을 알아차려버렸고 언제나 그랬듯 벼락치기를 시작했다.
 
원래의 벼락치기 계획은 시험 전날까지 모든 과목의 찌라시, 즉 나만의 요약본을 만들어 놓고 달달 외우기였다.
사실 위와 같은 전략은 로스쿨생 대부분의 전략이기도 하다. 다만 그 정리까지의 시간이 나의 경우보다 더 길고 체계적이라는 차이가 있다.
 
그리고 시험범위를 정리하면서 내 계획은 틀려먹었다는 것을 실시간으로 깨닫기 시작했다.
일주일을 고생하며 만든 찌라시는 도저히 전날 다 외울 분량이 아니었다.
시험을 하루 남기고, 나는 선택을 해야했다.
그 결과 소위 A급 쟁점만을 다외우고, 나머지는 이해만 하는 선에서 타협했다.(사실 시험 전날이라도 더 부지런 했다면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때문에 아직 내신에는 CBT가 도입되지 못했음에도 수기 연습도 거의 하지 못했고, 시간관리가 될지 어떨지도 나중 문제에 불과했다.

급하게 하던 수기 시험 연습(그나마 팔이 아파서 그만뒀다. 빨리 cbt가 도입되었으면...)

 
그렇게 친 시험이 어땠냐면, 또 어찌저찌 답안지를 다 채우기는 했고, 어서 빨리 성적이 나오기를 바라고 있다.

윤석열 vs 이재명을 떠올리게 하는 웅장한 대결

 
성적이 잘나오면 또 늘어질테고 못나오면 그건 그것 자체로 재앙이다. 
어느 것이든,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는 사실에 절망적이지만 글 서두에 삽입한 노래처럼 낭만을 잊지 않고, 물들지 않고, 그대로 나아가려는 마음만은 지속하려고 한다면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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