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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팝의 열기가 타올랐다가 조금은 시들해진 요즘에도 여전히 시티팝을 듣는다. 그 중에서도 가장 반복한 앨범이라면 오오타키 에이이치(大瀧詠一)의 <A LONG VACATION>이다.

1. 君は天然色(그대는 천연색)

2. Velvet Motel

3. カナリア諸島にて(카나리아 제도에서)

4. Pap-pi-doo-bi-doo-ba物語(Pap-pi-doo-bi-doo-ba 이야기)

5. 我が心の瓶ボール(내 마음 속 핀볼)

6. 雨のウェンズデイ(비 오는 수요일)

7. スピーチバルーン(말풍선)

8. 恋するカレン(사랑하는 카렌)

9. FUN×4

10. さらばシベリア鉄道(시베리아 철도여 안녕히)

시티팝을 정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시티팝의 전성기에 해당하는 8~90년대에도 그랬지만 시티팝 리바이벌이라고 불릴만한 지금도 상황은 다르지 않아서 유빈의 '숙녀'같은 노래가 과연 시티팝에 해당할 수 있느냐 같은 논쟁은 지겨울 정도다.

그렇다면 시티팝이란 음악사조는 정말 무엇이었을까? 내가 무엇이었냐고 과거형을 통해 질문하는 것은 당연하다. 시티팝과 그게 유행했던 시대는 절대로 떼어놓을 수 없다. 유튜브에 시티팝 플레이리스트를 틀면 쏟아져나오는 셀 애니메이션의 화면들처럼 찬란했던 일본의 고도성장기를 시티팝은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음악적 특성에서도 이러한 사실은 잘 드러나는데, 당시 막 유입되기 시작했던 세련된 서구문화에 발맞추려는 듯 잔뜩 과장되어 사용된 고급의 세련된 악기들(주로 전자악기)과 차가운 도시의 분위기 또는 여유로운 휴양지의 분위기만이 높아진 청자들의 수준을 맞출 수 있었다. 따라서 시티팝이 지금에 와서 유행하는 것도 이상하지만은 않다. 말하자면 현대에도 마이클 잭슨이 인기 있는 이유와 마찬가지다. 특히 그게 경험한 것이든, 아니든 향수를 자극할 때에 말이다.

오오타키 에이이치(大瀧詠一)

 

그렇게 하나의 어떤 분위기라 할만한 것을 담은 모든 시티팝이 다 똑같이 좋은 것은 아니어서 특별히 애정하는 것은 분명히 있다. 그 중에서도 최고로 꼽고 싶은게 바로 이 오오타키 에이이치의 <A Long Vacation>이다.

오오타키 에이이치는 일본에 팝을 처음 들여왔다고 평가 받는 전설적인 밴드 핫피엔도(はっぴいえんど)에서 리듬기타와 보컬을 맡았던 멤버로 그 시절엔 하드록 성향이 강한 노래들을 만들었다. 하지만 핫피 엔도 해체 후 솔로 활동에서는 '나이아가라'라는 다시 한 번 전설적인 레이블을 설립한다. 여기에 소속되어있는 가수들의 이름만 들어도 내가 왜 전설적이란 말을 두번씩이나 썼는지 알 수 있다.

야마시타 타츠로(山下達郎), 오오누키 타에코(大貫妙子) 등등..

이렇게 되면 레이블의 수장만으로도 충분했을 성과지만 오히려 나이아가라 레이블의 최고작은 오오타키 에이이치 본인에게서 나온다.

이제 정말 <A Long Vacation>의 이야기를 하자.

 모든 곡이 훌륭하지만 최근가지도 끊임없이 커버되는 1번 트랙 '그대는 천연색'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https://www.youtube.com/watch?v=L-hyY-1luHs

 

 

 

想い出はモノクローム

色を点けてくれ

もう一度そばに来て

はなやいで 美しの Color Girl

추억엔 모노크롬색을

칠해 넣어줘

다시 한 번 내 곁에 와

말을 걸어주련 아름다운 Color Girl

 

이 가사를 특히 꼭집어 이야기한 것은 이 추억에 관한 단순한 소회가 앞으로 내가 얘기하려는 것과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듣는 내내 기분 좋은 추억을 만들어내는 건 그냥 시종일관 흥겨운 멜로디에 기인한다고 해도 거짓말은 아니겠지만 내가 앞에서 향수라고 했듯이 어떠한 그리움이 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든 어느 정도 간격을 두고 바라보면 그저 좋기만 한 경우가 있는데(반대의 경우도 있지만) 이 앨범의 경우가 그렇다. 사실 시티팝이라는 사조라면 담고 있어야할 특성이긴 하다. 직접 경험하지 못한 일이지만 80년대의 일본이란, 눈부시게 화려한 것으로 기억된다. 여름에서 더위나, 땀, 벌레 같은 기분 나쁜 것들을 모두 제거한 상태를 상상하면 된다. 당연히도 그런 계절이란 존재하지 않고 말그대로 상상일 뿐이다. '말풍선'이나 ' 시종일관 나이스한 무드로 가득찼던 이 앨범은 평범한 성인가요 같은  '시베리아 철도여 안녕히'로 끝난다. 앞의 9곡과 전혀 맞지 않는 흠결에 불과할까? 이질감을 느끼며 앨범을 마무리하다보면 이 앨범이 비추었던 일본의 전성기, 시티팝이 꽃필 수 있던 80년대의 일본의 풍경 역시 환상, 적어도 과거의 추억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오오타키가 전성기가 끝남을 어떻게 알 수 있었느냐고? 봄이 결국에 끝난다는 건 모두가 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결국 봄의 모방, 정확히는 나쁨을 제거한 여름의 모방, 또는 재생, 그것도 할 수 없다면 모방의 구경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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